화요일, 4월 21, 2015

명월기







#예조 : 예의, 교육, 외교, 과거 등에 대한 사항을 담당하던 기관
#병조 : 군사, 국방을 담당하던 기관
#형조 : 법률, 형벌의 상심 결정 등을 담당하던 기관
#참의는 정3품의 당상관의 품계라서 경수가 종인 이를 부를 때 '영감'이라는 호칭을 쓰게 되었습니다.







 화에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경수의 앞에 작은 서책 하나가 놓여있었다. 아침에 제 발로 책방에 가서 구매한 물건이다. 제목은 '명월기'. 명월기는 요새 여인들 사이에서 나날이 인기가 치솟는 연애소설인데 중간중간 춘화가 끼어있어 보통 소설책보다 값이 비싼 편이었다. 관심 없는 연애소설을 손에 넣어야 했던 연유는 물론 있었다.


명월기의 주인공은 명월이라는 기생이다. 소설의 내용을 간단히 말해보자면 명월은 장안에서 손꼽히는 일패기생으로 공연을 위해 그녀를 부르려면 엄청난 시간의 전표를 끊어야 가능했다. 어느 날 밤 선비가 자신의 술잔치에 명월을 초대하고 싶다고 예약을 하러 왔는데 그는 고위관직을 지내는 아버지를 둔 양반집 자제였다. 기방의 행주가 몸종을 시키면 될 것을 어째서 본인이 걸음을 하였느냐고 연유를 물었더니, 명월의 면상을 자세히 보고 싶어 친히 걸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월은 이미 예약이 가득 차 있었고 선비는 안하무인으로 요정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며 큰소리를 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명월은 자신의 공연이 끝나고 연회의 술상에 있던 삼계탕 안의 계륵을 글귀를 적은 비단에 싸서 접시에 담아 보냈다. 선비는 명월이 보낸 계륵과 글귀를 보고 화통하게 웃으며 요정을 떠났다. 명월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선비는 그 뒤 여러 번 방문하여 일편단심의 정성을 보여주어 그녀를 첩으로 맞이한다는 내용이었다. 약간은 두서없고 허무맹랑한 이 소설은 선비가 명월을 손에 넣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야한 장면이 꽤 있어 여인들이 숨어서 읽는 성인연애소설이었다.


자, 여기에서 왜 경수가 이 소설을 두 눈으로 보고 싶어 했느냐 하면 주위의 기생들이 소곤거리기를, 명월기라는 소설이 아무리 봐도 경수와 김종인 참의 같다 하는 것 아닌가. 그 얘기를 요정 주인에게 듣고는 기분이 좋지 않으면서도 호기심이 났다. 그리하여 오늘 낮에 책을 사들여 읽어보았더니, 아무리 봐도 소설 안에서 계륵을 건넨 기생은 경수 자신이며 고위관직에 몸담은 아버지를 둔 선비는 김종인 참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 보 양보해서 그들의 만남은 누가 보고 쓸 수 있다고 하나, 문제는 성행위 내용에 있었다. 자신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묘사에 책을 읽는 시종일관 온몸이 새빨개지고 화를 못 이겨 책상을 내리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김참의, 본인이 쓴 책이 아니고서야 이런 세세한 장면묘사가 나올 수 없다. 그런데 책의 글씨가 악필인 걸 보니 절대 그의 필체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지은 책이냐 말인가.


오늘은 기생으로서의 일을 쉬는 날이니, 화병에 쓰러지기 전에 어떻게 해서라든 그를 만나 이 일을 확인하고 넘어가야 했다. 경수는 얼른 경대를 꺼내어 흐트러진 곳을 정리 하고 직접 너울(전모에 천을 씌운 모자)을 쓰고는 서둘러 방 밖으로 나갔다. 마침 간식을 챙겨오던 몸종, 여실이가 놀라며 어디에 외출하시느냐고 물어왔다.


 "김참의를 당장에 만나야겠으니 예조판서댁에 가서 언질을 하여라. 지금부터 오시(오후 11시~1시)가 끝나기 전에 사거리의 주막에서 기다릴 것이니 지체 말고 오시라고 전하거라."

 "하지만 김종인 참의께서는 지금 궁에서 일을 보고 계실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덧붙여 전하거라! 당장에 면상을 보이시지 않으면 다시는 손끝도 구경 할 수 없다고 말이야!"


경수는 화가 나서 거친 콧바람을 내며 여실이에게 다그쳤다.


 "그럼, 저 대신 주막에 동행할 다른 몸종을 보내겠습니다."

 "필요 없다."

 "네?! 단신으로 외출을 하시다니요! 행수 어르신께서 아시면 경을 치십니다!"

 "걱정 말거라. 금방 돌아올 거야. 어차피 오래 있지 못할 것이야."


예조판서(정2품, 장관)의 아들로 병조참의(정3품, 국방차관보)를 지내는 김종인 참의가 아무리 일류이기는 하나 대낮부터 기생과 함께 있다는 소문이 퍼지는 날에는 대단한 집안 망신이니 어차피 늦게 돌아오려야 돌아올 수가 없다. 게다가 색이 화려한 기생 옷과 너울까지 썼는데 행적이 감춰질 리가 만무했다. 그것을 알고도 경수는 길을 서둘렀다.






사내들의 시선을 알고도 모른 체하며 주막으로 들어섰다. 마당에서 삼삼오오 술과 국밥을 먹고 마시는 남자들이 속닥거리며 노골적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경수가 일류기생인지 알고 있는지라 섣불리 말을 걸지는 못했다. 그를 알아본 주인이 부엌에서 부리나케 달려 나왔다.


 "아니, 도기녀께서 웬일인가! 어서 안으로 들게."


주막 주인은 연유를 묻지 않고 일단 방에 먼저 들였다.


 "어르신. 오시가 끝나기 전에 저를 찾는 손님이 있거든 방으로 들여보내 주세요."

 "알았네. 간단하게 뭐라도 뜨시겠소?"

 "아닙니다. 오늘은 잠시 머무를 생각이니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보세요."

 "그래. 그럼, 편하게 계시게."

 "감사합니다. 어르신."


작은 방에 홀로 남겨진 경수는 너울부터 벗어 옆에 놔둔 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쉬며 마음을 추스르려 애썼다. 밖은 장정들이 밥 먹는 잡소리와 이야기 소리에 시끄러웠지만, 창호지 한 장을 사이에 두더라도 방안은 조용했다. 어제 연회에서 동이 터올 때까지 양반들의 술상에 동참했는데 그 여파가 컸던 모양인지 시간이 갈수록 눈이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장에 머리를 기대고 선잠이 들어버렸다.







따뜻한 온기와 뺨을 지분거리는 손길에 정신을 차렸다. 아직 잠에 취한 눈을 바로 뜨니 김종인참의의 품 안에 있는 게 아닌가. 지그시 내려 보는 다정한 눈매와 자신의 몸을 얼싸안고 있는 팔은 임의 것인데 오늘따라 꼴 보기가 싫었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모양이로구나."


그가 뭐라고 하든 말든 건장한 어깨에 올려두고 있던 머리를 황급히 들어 올리며 군청색 도포를 가차 없이 밀어냈다. 그리고는 멀리 떨어져 앉아, 방 안의 잘생긴 청년을 노려보았다.


 "왜 이러는 게야. 아까까지는 파고들어 세 살 아이처럼 잘만 자더니."

 "지금 몇 시경 입니까?"

 "글쎄, 오시는 넘었겠지. 치켜뜬 눈을 보아하니 화가 난 모양이로구나. 그래, 날 부른 연유를 말해 보아라."


김참의의 언성은 온화했다. 반면 경수는 명월기 생각을 하자 다시 울컥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명월기를 아십니까?"

 "....알지."


그의 얼굴이 곤란한 낯빛을 띄었다.


 "어떻게 아십니까."

 "그게 말이야...."

 "어서 대답하시어요!"

 "내가 석 달 전에 호형호제하는 형님들의 연회에 갔는데 꽤 술에 취했었지. 형님들이 기녀이야기를 하다가 나에게 묻길래 조금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게 책이 되어 나와 버렸다." 

 "조금이라니요. 그렇게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조금이라니요! 영감! 제정신이 십니까?"


흥분하여 경수의 목소리가 격양되자, 김참의는 헛기침을 한 번하고 미소 지었다.


 "경수야, 목소리 낮추거라. 이래 봬도 내가 관직에 있는 사람이다."

 "그러신 분이 어찌 그리 경솔하세요. 서책의 내용 때문에 주위의 계집들이 수군거리고 있단
말입니다!"

 "너도 남자니 알잖아. 장부들은 원래가 그런 음란한 이야기꽃을 피우기 좋아하는 것을 말이야."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제가 남자인 걸 알고 있는 사람은 행수어른과 영감뿐이십니다. 그렇다면 저에 대한 이야기는 자제해 주셔야죠."

 "내 그 점은 미안하게 되었다. 경수야. 내 면을 봐서라도 이상의 대화는 밤에 하자꾸나. 요정으로 찾아 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오늘 저는 휴일을 받았습니다. 영감을 뵙고 싶지 않아요."

 "그게 무슨 막말이야. 나는 너를 보려고 궁에서 서둘러 나왔다. 미시(오후 1시~3시)가 지나기 전에 들어가 봐야 하니 같이 점심을 뜨자."

 "싫습니다."


경수는 너울을 쓰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자, 그가 손을 부여잡았다.


 "경수야. 너 정말 왜 이러느냐!"

 "잘 들으세요. 다시는 기방에 얼씬도 하지 마세요. 코빼기라도 보이는 날에는 관기가 될 테니
그렇게 알아 두세요."
  

관기는 궁중에 속한 기녀라서 일반인들과 어울릴 수 없고 오로지 왕의 밑에서 일해야 했다. 안 그래도 경수의 명성이 자자하여 궁중연회에 불려가는 일이 많으니 그로서는 오금이 저린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경수는 김종인참의의 굳은 얼굴을 내려 보고는 가차 없이 뿌리치고 밖으로 나와 기방으로 가는 길을 다시 걸었다.


남자로 기생이 되는 일은 수월치 않았다. 그러나 몰락한 양반집 둘째 아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대필이나 기방 허드렛일 정도였다. 어린 나이에, 심지어 양반신분이었던 도령이 기방에 들어가 일하기란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으나 부모님과 형이 다 참수형을 당하시고 혈혈단신으로 입에 풀칠하기 어려웠으니, 꼭 살아남으라는 부모님의 말을 거역하지 못해 들어갔다. 그곳에서 행수의 눈에 띄어 남자임에도 숨기고 기생이 되었는데 미모가 뛰어나고 가무가 출중하여 순식간에 일패기생으로 등극, 남자와 몸을 섞지 않아도 기생노릇이 가능해졌다. 모든 공연은 잠자리를 가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성사되며 그럼에도 달려드는 장정은 행수어르신이 알아서 내쳐주셨다.


기생이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었다. 그저 노래 부르는 게 좋았다. 예쁜 치마를 두르고 춤을 추는 게 한동안 속상했지만, 자신의 신분을 숨길 수 있어 이제는 편했다. 익숙해지기도 해서 화장 않은 얼굴은 다른 사람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경수가 자신의 두 얼굴이 어색해지고 자괴감에 힘들어 할 때 불현듯 김종인참의가 요정에 나타났다. 자신의 연회에 공연해달라며 찾아와서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겠다 했다. 자신도 한때 양반이었으니 얼빠진 도령들의 상대법을 알고 있었다. 모름지기 선비란 명예를 중히 여기니 자존심을 건드리는 게 약효가 좋다. 경수는 입고 있던 황색 치마를 찢어 글귀를 썼다.
      

 '술상의 계륵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데 어째 선비의 몸으로 헛짓만 골라 하십니까.‘


라고 쓰고 거기에 삼계탕안의 갈비부분을 툭툭 털어 넣어 보냈다. 그러고 나니 다음날부터 매일 밤 김종인참의가 기방을 찾아왔다. 올 때마다 비단이며 귀금을 들고 와서 행주와 다른 기녀들에게 나누어주고 경수에게도 선물했다. 하지만 김참의를 만나주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답답해진 경수가 찾아가 관직에 있는 몸으로 어찌 명예를 중히 여기지 않고 매일 밤 기방에 들락거리느냐고 화를 내었더니, 그는 '너는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재물을 방탕하게 쓰는 것보다 나의 명예를 걱정하는구나.' 라고 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김참의는 외모가 굵직하게 빼어나고 무술에 능하며 학식도 있었다. 더불어 연회에서는 춤도 꽤 추었으니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그러나 그의 매력이 이 정도까지라면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진짜 매력은 성격이었다. 사람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쪽 같으며 의리와 순정이 있었다. 경수는 그런 성격을 좋아했다. 경수가 남자인 사실을 알고도 변하지 않았고, 화장하지 않은 얼굴이 훨씬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진정으로 애정 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이 그렇듯 단점은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다 보니 그들 앞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도 다 해버렸다. 그 예로 명월기가 출판되지 않았는가. 술방에서 기방으로 돌아와 경수는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소설 속의 명월은 여자 이기는 하나,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저 같았다. 낮이 뜨거워 도저히 더는 볼 수 없어 서책을 장 안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다.





 ******




            
 "아니, 내가 얼굴 딱~ 한 번만 보면 돌아간다고 하지 않느냐!"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나으리. 오늘은 도기녀의 휴일입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느냐?! 나는 형조판서의 둘째 아들 오세훈이야!"

 "알고 있습니다. 나으리. 하지만 지금은 주무시고 계세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었는데 방문 앞이 난리가 났다. 몸종 여실이 막무가내로 안으로 들어오려고 난리인 형조판서의 아들을 막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흰 속곳만 입고 이불 속에 있던 경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얼굴을 비치면 해결될 소동이기에 어둠 속에서 겉옷을 입으려 손을 뻣는데 갑자기 큰 대장부가 손을 잡아왔다.


 "누, 누구시오?"


크게 놀라서 말까지 더듬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익숙했다.


 "나다. 경수야."
                 
방의 창문이 바람에 흔들려 삐거덕거렸다. 그 사이로 달빛이 스며들어 갓 뒤에 숨어있던 김종인 참의의 눈을 빛냈다.  


아침 일찍부터 궁으로 출근한 종인은 직속 무관들과 오시의 중반을 넘길 때까지 훈련하고 기마격구를 막 시작한 참이었다. 공을 장시(채)로 퍼 올려 상대 진영으로 말을 달리려 하는데 상대편 무관이 전언을 듣고 달려오더니 지금 당장 궁을 나가보셔야 할 것 같다며 실실 웃질 않는가. 전언이란 걸 들어보니 그럴 만도 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입단속을 시키고 옷만 갈아입은 후, 그 길로 궁에서 나왔다. 평생 잡고 싶은 손을 보여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내용으로 봐서는 어지간히 마음이 상한듯한데, 무엇 때문인지 확인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참의의 체면보다 경수가 화가 났다는 게 더 컸다. 안 그래도 지방감사를 나가기 전에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기에 며칠 낯짝을 못 비추니 얼굴이나 볼까 했는데 겸사겸사 잘 됐지 싶었다.

사거리 주막에 도착해 방안에서 선잠을 자는 고운 얼굴을 마주했다. 안쓰러워서 살짝 팔을 잡아당겼더니 잠결에 온기를 찾아들어 파고들었다. 눈을 감고 있을 때는 그렇게 어여쁘더니 정신을 차리니 여우 눈이 되어서는 명월기를 아느냐고 물어왔다.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어떻게든 잘 무마해서 넘기고 싶었는데 경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버렸다. 그러고 궁으로 돌아왔으니 국사가 머리에 들어올 리가 있나. 어찌어찌 처리하고 퇴근하는데 친우인 오세훈이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발견하자마자 속닥였다. 


 "이보게, 내 긴히 줄 것이 있어 기다렸네. 요 앞 다과 방에서 이야기 좀 하세."

 "오늘은 바쁘니 나중을 봄세."

 "이 사람아, 이런 기회는 또 없네. 오늘 봇짐장수가 집에 왔는데 내가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도대체 뭘 봤기에 이러는가? 나는 자네 때문에 경수와 크게 다투었어! 자네를 보면 화가 난다, 이 말이네."

 "경수? 아! 명월기를 본 게로군?! 아하하하하하! 어떻다고 하든가?!"


명월기는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오세훈이 종인의 이야기를 주워듣고 왼손으로 날려 쓴 책이었다. 그러니 필체가 산만한 게 당연했다.


 "말도 꺼내지 말게나."


크게 웃은 오세훈은 소매 안에서 어디를 봐도 평범한 연꽃무늬 향낭을 꺼내주었다.


 "이게 도움이 될 걸세. 선물로 주게. 나에게 고마워하게 될게야. 경수에게는 명월기에 대한 자조지종을 잘 말해두겠네. 그러니 걱정하지 말게."


히죽 웃고 뒤돌아 걸어가는 친우에게서 받은 향낭을 소매 안에 넣고 종인은 본가로 향했다. 마음이야 벌써 기방 담을 넘어 경수의 방에 들어앉아 있었지만 해가 지지 않았는데 요정 출입이라며 못마땅해할 부모님을 생각해 참고 참았다. 드디어 해가 지고 말을 달려 도착한 기방에 웬걸, 벌써 다른 곳에서 한상하고 왔는지 얼큰하게 취한 오세훈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친우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 고심하다 결국 기방의 담을 넘어버렸다. 다행히도 방의 창문이 잠겨있지 않아 조심히 열고 들어가니 크게 놀라했다. 문밖에서는 오세훈이 주정을 피우고 있어 얼른 데리고 기방을 나가야지 싶었다.


 "누, 누구시오?"

 "나다. 경수야."

 "김참의? 여긴 어떻게... 혹시 담을 넘으셨습니까?"

 "그래.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그전에 어서 나가자."


종인은 장옷을 집어 둘러주고 손을 잡았다. 조용히 창문을 나와 들어왔던 것처럼 담을 넘어 말에 먼저 안착해 경수를 안아 앞에 앉히고 으슥한 길로 달렸다. 주위의 불빛이 하나둘씩 사라졌고 고삐의 움직임에 따라 말은 천천히 걸었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경수가 불안해하며 물었다.


 "가고 싶은 곳이 있더냐?"

 "김참의와 가고 싶은 곳은 없습니다. 어서 말을 돌려주시어요."

 "이렇게 날이 좋은데 진심이더냐?"

 "진심입니다. 김참의."

 "지방감사를 나가기 전에 훈련에 많아 며칠 아주 분주할 예정인데, 그래도 내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말할 수 있느냐."

 "예? 지방감사라니요."

 "요즘 들어 경기지역 포도대장에 대한 상서가 빈번히 올라와서 비밀리에 순회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말이다, 너는 그 김참의라든가 영감 같은 정 없는 호칭 좀 그만 부르거라. 도련님이라 부르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겠어. 너까지 나를 대할 때 감투를 씌워 보는 거라면 나는 적잖이 실망할 게야.“

"그럴 리 있겠습니까. 잘 알았습니다. 도련님."


작게 한숨을 쉰 경수는 가만히 말 위에 앉아있었다. 기방으로 돌아가겠다고 매섭게 대답하던 기세는 꺾인 모양이었다. 뒤에서 작은 등을 보던 종인이 작게 헛기침을 하더니, 도포 소자락 안에서 낮에 친우에게 받은 향낭을 꺼내 하얀 손에 쥐여주었다.


 "받거라. 향이 없어질 때 즈음 돌아올 테니 잘 간직하고 있어라."


두 손으로 향낭을 받아든 경수가 다시 한숨을 흘렸다.


 "어찌 자꾸 한숨을 내쉬는 게냐."

 "저번 지방감사 때는 한 달이 되기 전에 돌아오신다고 하고서는 석 달이나 걸리시지 않았사옵니까...."

 "그러게 첩으로 들어오면 얼마나 좋아. 장기출타 시에는 같이 나갈 수 있고, 알아보는 사람도 없으니 계집 복장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 계속 고집 피우다가 돈으로 팔려가기라도 하면 내 속이 까맣게 탈 것이야."


맞는 말이었다. 학식 있고 격조 높으면 뭐하리. 어차피 기생인 것을. 돈이 될 때는 미루고 미루다 나이가 들어 값어치가 떨어지기 직전에 색을 밝히는 대감댁에 대부분 기생이 팔려간다.


 "나는 이제 스물이고 노총각이니 나에게 시집오겠다 벼르는 여인도 없을게야. 그러니 첩의 신분이라고 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경수는 그의 말에 부정했다.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기생들이 도련님 연회에 불려가려고 얼마나 눈에 불을 켜는지 아십니까? 도련님을 연모해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어 하는 계집이 장안에 깔렸어요. 일주일 전에 박 대감의 여식이 도련님의 본가에 가락지를 떨어뜨리고 갔다는 소문도 들었단 말이에요."

 "하여간 여인들이란. 그게 벌써 소문이 퍼졌구나. 가락지는 돌려주었다."

 "도련님이요?"

 "나였다면 경수 네가 일주일 전부터 뿔을 냈겠지."


헛웃음을 지은 종인은 말을 나무 풀숲으로 몰고 들어갔다. 밤은 깊었고 주위에는 부엉이와 뻐꾸기 울음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데 자꾸 인적이 드문 장소로 들어가는지라 경수는 불안했다. 그런데 검은 풀 사이로 들어가니 순식간에 시야가 확 트였다. 바람에 진달래 꽃잎이 떨어진 냇물 주위를 넓적한 바위와 우거진 나무들이 감싸 완벽한 별 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종인은 먼저 말에서 내려 경수에게 두 팔을 뻗었다. 기방에서 급히 나오느라 버선을 신지 못했으니 고운 발로 거친 흙 위를 딛게 할 수 없었다. 가볍게 안아 들었지만, 춤 연습을 게을리하여 살이 찐 게 아니냐며 농을 건네자 두르고 있던 팔로 목을 조여왔다. 무거운 것 하나 들어 본 적 없었지만 그래도 사내의 팔이었다.


 "경수야! 그만 하거라! 하하하, 내 농이 심했다!"

 "저는 절대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일패기녀 자리를 유지하기가 쉬운 줄 아십니까?"

 "그래, 그렇겠지. 네가 그럴 리가 없지."

 "그나저나 이런 곳은 어찌 아십니까?"

 "이 나라의 산천을 모르면 내가 병조에 몸담은 사람이겠느냐 자신하고 싶지만 실은 친우가 귀띔 해주었다."


그는 바위 위에 경수를 내려놓고 하얀 발이 차가워질까 속곳 치마 속으로 잘 넣어주었다.


 "혹시 오대감 댁 둘째 아들을 말씀하시는 겝니까?"

 "맞다. 명월기를 쓴 놈이기도 하지."

 "참말이십니까? 오세훈 나리께 서요?! 그럼 그 분이 모든 걸 다 아신다는 말이 신가요? 설마
제가 남자라는 사실도 말씀하셨습니까?"

 "그럴 리가. 네가 남자라는 사실은 발설하지 않겠다고 서약했으니 알 리가 없지."

 "서약이라니요? 대체 언제 그런 걸 하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너와 밤을 보냈으니 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으냐. 달과 새도 우리를 봤으니 증인도 있겠다, 나는 빼도 박도 못한 서약을 한 게지."


기방도 아닌 밖에서 첫날을 치른 밤이 떠오른 경수는 뺨이 불타올랐다. 그의 끈질긴 조공으로 연회에 불려가 공연을 하고 형조 참판 옆에서 술을 입에 대는데 자꾸 거슬리는 시선 때문에 자리가 불편했다. 아닌 척했지만, 여리 한 선비들 사이에 앉아있는 병조참의 김종인 영감은 한눈에 들어오는 대장부였다. 고된 군사훈련과 실전으로 검게 그을린 살빛 하며 건장한 체구와 잘생긴 얼굴에 연회장의 모든 기생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정작 태양처럼 불타오르는 사내는 어여쁜 일패 기생에게 두 눈을 빼앗겨 술상의 어느 여자에게도 틈을 주지 않았다. 긴장되던 시간이 흐르고 경수가 부담스러워 잠시 바람을 쐬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실이 엮인 것처럼 김참의도 일어나 연회장 뒤편의 정원으로 나갔다.


 '아름다운 연꽃이 저리 지천이거늘 자네의 쓸쓸한 눈은 잡초뿐이네, 그려.‘


달밤과 어울리는 차분한 목소리에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니 김참의가 뒤따라 붙어있었다. 피하려 나왔는데 더 부추긴 꼴이 되어버렸다. 경수는 무표정을 가장하며 화답하지 않았다.


 '이곳은 이름난 연꽃정원이네. 자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서 연회를 열었는데 연꽃은 보지 않고 발 앞의 잡초만 보는 게 처량한 것이 어찌 죽사발 한 입도 못한 사람 표정인 겐가.‘

'인생 대부분은 힘들 거나 어두운 시간이 주를 이루게 마련이지요. 그러다 드물게 즐거워지면 그게 행복 아니겠습니까. 여느 때와 같으니 마음 쓰지 마십시오, 영감.‘

'자네의 눈은 여타 계집들과는 달라 그 속이 보이지 않기에 마음이 쓰이는 게 당연지사이지 않겠는가.‘

'영감은 앞이 창창한 분이시니 쓸데없는 것을 아는 일은 거사를 어지럽힐 뿐입니다.‘

'이리 철벽을 치니 내가 더는 할 말이 없네.‘

'귀한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연회가 한창이니 어서 돌아가시어 회포를 푸세요.‘

'어찌 이리 매정할꼬. 내가 자네에게 들인 시간과 공을 생각해서 기녀와 손님으로라도 잘 지내보자 하면 이것도 내칠 것이오?‘

'저는 저기 저 연꽃보다 생기 없이 사는 사람입니다. 허울 좋은 껍데기라도 좋으시면 마다하지 않겠습니다만, 기대하지는 마시어요.‘

'이 사람 참...‘


김참의는 그대로 연회장으로 돌아갔고 둘 사이에는 더는 이야기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연회가 파하고 기방으로 돌아가려 할 때 일은 벌어졌다. 아무리 공을 들여 봐야 넘어오지 않겠다 싶어 매우 급한 심정에 그가 일패 기생의 하룻밤 보쌈을 감행했다. 정복욕과 성욕이 올라 너무 급한 나머지 아무도 없는 산 중턱 들판에 무릎으로 찍어 눕히고 옷고름을 풀려 무력 싸움을 하다 기어코 남자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적잖이 충격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한번 가버린 정이 되돌아올 리가 있나. 그러하니 방도가 없어 반항하는 기녀를 사내인 줄 알면서 덮쳤다. 남자들끼리는 이렇게 하는 거라 가르쳐주지 않아도 욕구는 자연스레 길을 안내했다. 그때 생각만 하면 경수는 민망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때는 정말 너무 하셨습니다."


고개를 숙인 경수가 작게 투정부리고 달뜬 숨을 내 쉬었다. 그 날의 일을 생각해서 그런가 몸에 열이 오르는데 이상한 것은 아까 말을 타고 올 때부터 갈수록 가슴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뛰고 점차 숨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속곳 바지 안의 물건이 벌떡이는 게 기분이 야릇했다. 하지만 부끄러워서 말도 못하고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네가 날 봐주지 않으니 방도가 없지 않냐. 연거푸어 술을 입에 대어도 취하지는 않으니 화가 나서 배길 수가 있었어야지. 다 네 탓이다. 이렇게 둘이 있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니 내가 매일 널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 않느냐."


종인은 속곳 치마를 잡아 냇물 쪽으로 돌아있던 경수의 몸을 저의 방향으로 돌렸다. 그러자 경수가 흠칫하며 몸을 덜덜 떨어왔다.


 "경수야, 왜 그러느냐. 어디 아픈 게야?"

 "모르겠습니다... 도련님... 몸에서 열이 나서..."

 "열? 고뿔이라도 걸린 게냐? 어디 보,"


동그란 이마에 두툼한 손이 닿자 어깨를 부르르 떠는 맑은 눈이 눈물에 그렁그렁했다. 놀란 그가 정말 몸이 좋지 않은지 의심할 때 경수가 몸의 무게를 실어 두 팔로 덥 안아오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애처롭게 속삭이는 말이,


 "예뻐해 주시어요. 도련님."


기녀가 흔히 쓰는 애교도 가지지 못한 경수가 이러한 말을 하며 은근히 하체를 아랫배에 비벼왔다. 물건이 작아도 존재를 드러내었으니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등을 안았더니 속곳 위를 스치는 손길에도 반응하여 숨을 가빠했다. 평소 같지 않게 적극적인 자세에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구나 생각하는데 코끝에 친우가 준 향낭의 향이 코를 찔렀다. 이거구나 싶어 속곳 고름을 황급히 풀러 속치마를 치워내고 경수가 애지중지 숨겨놓은 연꽃무늬의 향낭을 찾았다. 손에 잡히자마자 냇물에 집어던지려는데 단정한 손에 손목이 잡혔다.


 "왜 던지시려는 겝니까?"

 "필 시 이것 때문에 네가 제정신이 아닌 게다."
 "네? 향낭이요? 그렇다고 선물을 던지시면 저는 도련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어떻게 기다립니까."

 "보아하니 이 향낭은 음란한 마음을 부추기는 향이 들어있는 듯한데, 이것을 가지고 있다가 내가 없을 시에 성욕이 오르면 누가 해결해주겠느냐! 혹시라도 나와의 신의를 저버리고 부정을 저지르는 날에는 내가 직접 네 목을 칠 것이야!"


종인이 상상하기도 싫은 일에 엄한 말투로 경고하자, 경수는 오히려 잘되었다고 좋아했다.


 "그렇다면 저는 향낭을 가지고 있겠습니다. 그래야 제가 걱정된 도련님이 한시바삐 달려오실 테니까요. 선물도 받고 임도 놓치지 않으니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이지요."

 "내 말이 농이 아닌 걸 알고도 이러느냐?"

 "예. 제가 자신을 잘 조절 할 터이니, 향낭은 저에게 주시고 오늘 밤은 부디 도련님이 저를 얼마나 애정 하는지 보여주세요."


약간 못 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그였으나, 침을 적신 도톰한 입술 사이로 드러나는 혀의 움직임에 정신이 홀딱 빠졌다. 귀신에 홀린 듯 그의 손이 경수의 속곳 바지 안으로 파고들어 부풀어 오른 고추와 탱탱해진 음낭을 넓은 손바닥으로 그러쥐었다. 그러자, 하아~ 하고 달뜬 신음이 흘렸다. 구름 위를 걷는 소리에 그의 물건도 부피를 달리했다. 경수의 두 손이 그의 나머지 손을 잡고 빨간 얼굴은 도포 깃 안에 묻었다. 만져주는 대로 발끝까지 뻣뻣하게 긴장했다가 괴롭지 않은데 괴로워했다. 그는 품에 안긴 사내의 애끓음에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고운 손을 자연스레 물리고 축축하게 젖어 벌어진 입속에 손가락을 넣었다.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아도 부드러운 혀와 푹신한 두 입술을 마찰시켜 빠는 모습은 볼거리였다. 끈적하게 감겨 마디를 오가는 감촉에 하나로 모자라 또 하나의 손가락을 미끄러뜨렸다. 그러자 그것 또한 거부하지 않고 받아먹었다. 손안에서 찔끔찔끔 말간 액을 흘리던 물건 끝을 원형으로 둥글게 문질러 주자 경수의 혀가 그 행동을 따라 했다. 뒤에서부터 앞으로 쭉 당겨
내며 훑자, 그것 또한 두 쪽의 입술로 따라 해냈다.


 "도련님...하아..앗, 괴롭습니다...흐읏! 이제 그만, 흐응,"


안 그래도 정성을 들여 손가락을 빼는 모양새가 귀여워서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오늘은 향의 기운도 있고 하니 꼭 뒤를 파고들지 않아도 사정을 할 수 있겠지 싶어 손의 움직임을 빨리했다. 그랬더니 금세 절정에 올라 손바닥 안을 더럽혔다. 그는 풀을 쑤어놓은 색의 띄는 비린 사정액을 언제나처럼 깔끔하게 핥았다. 경수가 자신에게만 보이는 버릴 수 없는 부분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는 연인이 얼굴을 달구고 다음을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며 도포를 잡아왔다. 그러나 김참의는 빙그레 웃고는 품에서 멀리하고는 속옷치마를 입혀주는 게 아닌가. 도련님이 왜 이러시나 정황을 몰라 이도 저도 못하는 사이 그가 먼저 일어나 말에게 걸어갔다.                                   


 "경수야, 잘 듣거라. 향낭으로 네가 나를 시험한다면 사내대장부로서 질수 없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멈추고 다음을 기약하자. 네가 향낭을 가지고 있어도 의를 깊이 새기고 자신을 제대로 추스른다면 나도 그에 보답하겠다."

 "시험이라니요!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다만,"

 "국사에 몰두해야 하는 시점에 나를 교란시켜 혼을 쏙 빼놓으려고 작정을 했는데 그게 시험이 아니고 무엇이냐."

 "도련님!"


종인은 뒤돌아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웃기만 했다. 그는 자신의 순정으로 여우 짓을 하려는 경수에게 맞불작전으로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쁜 의도는 아니었으나 아무리 연인 사이의 재미라도 저만 당할 수는 없는 터. 그러니 사내 대 사내로 누가 더 오래 참나 따위의 쓸데없는 줄다리기 씨름의 줄을 잡았다. 경수는 당황스러워 흰자위를 한껏 드러내며 입을 쩌억 벌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디 해보려면 해보라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바위 위에서 일어났다. 김참의가 사내대장부 도경수의 승부욕에 불을 댕겼다.


 "좋습니다. 도련님. 대신 국사를 보시다가 뛰쳐나오셔서 야밤에 저를 보쌈 하는 일은 반칙입니다."


장옷을 두른 경수가 말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럴 일은 없을 게다. 걱정 말거라."


병조참의 김종인과 일패 기생 도경수의 기 싸움이 시작되었다.         





fin



    

댓글 1개:

  1. 레드북님이 쓰시는 19는 항상 제 취저에요ㅠㅠㅠㅠ고전물 좋아하는데 단편소재도 특이하고 캐릭터가 분명하니까 읽기가 즐거워요 ㅎㅎㅎㅎ 국어공부를 열심히 안해서 표현을 못하겠네요..항상 잘 보고있습니다! 저의 힐링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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