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4월 21, 2015
리맨
싫어하는 것에 대해 말해보자. 어른인 우리는 무언가를 보고 싫어 할 때 싫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적으니 지금이 딱 좋은 거 같다. 더러운 음식물 쓰레기와 매년 봄을 두렵게 만드는 알레르기도 있지만, 그래. 사람. 누구든 한 명쯤은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지. 그래서 가볍게 속마음을 내비치겠는데, 나는 김종인 대리가 싫다.
"언제 들어 갈 거야?"
퇴근시간이 한참 지나서도 회사에 붙어있던 김종인이 노크도 없이 부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경너머로 탁상시계를 힐끔 보고 벌써 밤11시가 넘어다는 걸 알았다. 너무 집중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대리임에도 부장인 나에게 반말이나 찍찍하는 녀석은 입사 면접 때부터 나를 괴롭히는 악의 축으로 자리 잡아 이따금 골치 아프게 한다.
"적당히 하고 들어가."
"그래야지."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들을 챙기는데 한걸음에 다가와 뒤에서 허리를 안아왔다. 후덥지근한 체취가 코를 가득 매웠다. 얇은 와이셔츠 사이로 스미는 체온은 예상대로 뜨거웠고 굵고 긴팔은 허리를 감아 가슴을 매만졌다. 엄지손가락으로 젖꼭지 위를 쓸어내리는 동작에 내가 발끈했다.
"이러지마. 여기 회사야."
"내가 뭐 했는데. 안기만 했는데 너무하네,"
"팔 치워."
"나가자, 형. 봐둔 모텔이 있는데 오늘은 거기 가고 싶어."
"피곤해. 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다음에."
차갑게 말하고 팔 안에서 빠져나와 가방에 서류와 노트북을 넣은 후, 자켓을 입었다. 뒤돌아 나가려는데 뭐가 뒤틀렸는지 엄청난 악력이 나를 유리벽으로 밀쳐냈다. 전에는 발버둥친 적도 있었다. 그래봐야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을 이제는 알기에 고개를 들어 매섭게 쏘아보았다. 녀석이 피식 웃으며 가랑이에 다리 한 쪽을 들이밀고 자켓을 거칠게 벗겨냈다.
"형이라고 부를 때 말 잘 들었으면 좋겠는데."
"놔."
"싫은데. 같이 간다고 하면 놔줄게."
다리 사이를 문질러 오는 튼실한 허벅지는 흡사 말의 그것과 비슷해서 지치지 않는다. 누군가는 '끈기'라고 부르지만 지금은 '욕정'이라고 치부하고 싶다. 욕정은 나에게도 있었다. 성정체성을 깨달은 16살. 같은 아파트에 사는 김종인의 나이답지 않은 건장한 몸을 오랫동안 눈으로 탐했었다. 덜 익은 성욕이 집착이었는지 상대도 알아차렸다. 딱 한번 잤다. 무서웠고 창피해서 다음날부터 김종인을 피하고 부모님을 설득해 이사까지 했다. 그 뒤로 기억을 통째로 들어내듯 잊고 살았는데 8년 만에 회사면접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그게 벌써 3년 전.
"알았어. 다리 좀 빼. 차 가져왔어?"
"아니. 형은?"
수트자켓에서 키를 꺼내는 나를 내려 보는 남자의 목소리는 벌써 걸걸해졌다.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찾아 운전석에 타려고 하는데 피곤 할 테니 자기가 운전하겠다며 녀석이 올랐다. 나는 정말로 지쳐있었기 때문에 반항 없이 키를 건네주고 옆 좌석에 궁둥이를 붙였다. 원하지 않게 떠맡게 된 이번 프로젝트는 길고 지루했다. 안경을 벗으며 온갖 피곤을 담아 한숨을 쉬는데 갑자기 옆에서 커다란 상체가 쓱 쏟아지더니 안전벨트를 채워주었다. 쪽 소리 나는 키스를 남기고 떨어져 나간 입술은 금방 집요해 질 거라고 예고했다. 핸들을 잡은 녀석의 손에 따라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차는 이름 모를 모텔로 달려 나갔다.
"배 안고파, 형? 뭐라도 먹고 갈래?"
"아니. 졸려."
"자지마. 할 때 형이 자는 거 재미없어. 깨우는 건 재밌어도."
"너 그 음란마귀 좀 퇴치 할 수 없냐."
"음란마귀를 소개 시켜 준 게 형이잖아. 형이 퇴치해 보든가."
장난스런 말투에 이를 꽉 물었다. 뭐가 뭔지 모르고 호기심만 넘치던 십대에 저지른 한 번의 실수로 어린놈에게 이렇게 놀림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스트레스로 쌓인다. 대꾸 없이 가만히 있었더니 마디 굵은 손가락이 뺨을 스쳐 뒷덜미로 넘어갔다. 산란 해 있는 점을 하나씩 지분거리며 섬세하게 움직였다.
"다 왔다. 여기야."
여느 모텔과 다를 바 없는 외관에 감흥 없이 밖을 쳐다봤는데 간판에 저절로 눈썹이 빡 구겨졌다. 경수모텔이라니! 이 빌어먹을 새끼. 최선을 다 해서 노려보자 차를 주차장으로 몰고 들어가는 놈의 입 꼬리가 찢어졌다.
"좋지. 어? 우리 여기 자주 오자."
대답할 가치도 없는 말에는 무시가 최고다. 가방을 들고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차에서 내렸다. 뒤따라 내린 김종인은 자동판매기처럼 생긴 머신에 붙어있는 룸사진을 심각하게 응시하며 고르고 있었다.
"대충 하지?"
어차피 목적은 하나인데 뭘 고민하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모텔에 올 때 마다 진지하게 사진을 보는 녀석은 아니라며 이번에는 풀장이 옵션인 방을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 여기 있다."
원한 룸을 찾자 망설임 없이 버튼을 꾹 누르고 돈을 넣는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룸키를 들고 뛰어오는 김종인은 기분이 정말 좋아보였다. 이게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모텔에서 섹스 하는 게?
방문을 열고 들어간 놈이 휘파람을 불었다. 풀장 물이 따뜻하다고 신나하는 목소리를 따라 들어가니 왼쪽에 유리벽으로 된 욕실과 풀장이 보였고 그 외에는 별 다른 게 없다. 텔레비전, 소파, 스탠드 두 개에 침대, 티슈 그리고, 러브젤.
소파에 가방을 놓자마자 김종인이 달려들었다. 급하게 내 수트바지를 벗기고 입술을 맞춰 들어왔다. 벌써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페니스가 아랫배에 부딪혀왔다. 오늘따라 그 정도가 심해서 덜컥 겁이 났다. 있는 힘을 다해 윗입술을 물어오는 이를 물리고 상체를 때어냈다.
"야, 잠깐만. 나 샤워 하고."
"같이 하자."
혼자하고 싶다는 의미였는데 나의 의사는 상관없이 와이셔츠를 벗기는 녀석의 손은 경이롭게 빠르고 정확했다. 욕실 안에 들어왔을 때 나는 이미 알몸이 되었다. 자기 옷 좀 벗겨달라던 김종인은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자 욕조 안에 날 집어넣고 재빠르게 훌렁 벗어던졌다.
"으아...."
끙 하는 신음이 저절로 나온 건 그의 그곳 때문이었다. 매번 저렇게 큰 게 뒤로 들어온다고 자각하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나려했다.
"무서워?"
내 시선을 봤는지 물어왔다. 대답하지 못했다. 그게 뭐든 남자로서 무섭다는 말을 하기는 싫었다. 녀석이 샤워기를 틀자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위에서 물이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열개의 손가락이 어깨를 잡고 척추를 훑어 살이 모인 궁둥이로 내려왔다. 양쪽을 꽉 쥐고 앞으로 당기는 힘에 밀착 되어 두 몸의 빈틈이라고는 없어졌다. 나는 김종인과 셀 수 없는 키스를 해왔다. 그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이 놈은 남자가 어떻게 하면 달아오르는 지, 어느 부분에 흥분이 치솟는지 알고 있다. 폭풍처럼 단숨에 앗아갈듯 하다가도 뒤로 빠져서 내민 혀와 입술 끝으로 살랑인다. 닿을 듯 닿지 않다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나선형으로 감아오며 입천장을 섬세하게 더듬거리면 다른 선택은 할 수 없게 된다.
"좋아?"
물이 섞인 침이 떨어지는 사이 쉬어버린 목소리로 물어왔다. 나는 눈만 감고 말하지 않았다. 그냥 숨이 가빴고 더 필요했다. 가슴을 짚고 있던 팔을 들어 굵은 목에 휘어 감았다.
"기분 좋구나? 마음에 들었어?"
말하지 않아도 알면서 자꾸 물어온다. 키스마크를 만들려고 이를 세워 쇄골과 가슴을 물어오는 녀석을 물리칠 수 없을 만큼, 아픔이 흥분으로 바뀐 욕구에 사로잡혔다. 물줄기를 따라 내려오는 손길은 뒤쪽을 파고들었다. 익숙하고도 낮선 손가락의 운동에 신음이 저절로 세어 나왔다.
"아...읏..."
"아파? 앞에 먼저 뺄까?"
녀석이 몸을 좀 떨어뜨리더니 작게 벌떡이던 내 페니스와 음낭을 한 손에 쥐었다. 놀라서 어깨를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악랄하게 미소 짓는 자신만만한 표정과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걸 순순히 인정 해 버리기엔 나는 남자다. 달달한 전율이 온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아 입술을 꽉 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녀석은 샤워젤을 짜서 두 손에 듬뿍 담고 비볐다. 온몸을 속박하던 팔이 떨어지고 오로지 그곳에 집중했다. 미끈한 비눗물과 거품이 위아래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반복하고 엉덩이 골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안으로 침투해왔다.
"하앗! 아, 하...앗."
점점 서 있기가 힘들었다. 자꾸 무릎을 굽히는 나를 본 녀석이 상체를 낮게 숙였다.
"나 잡아."
다시 목에 팔을 담았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정확히 성감대를 건드렸다. 자꾸 신음이 세어 나와서 잇몸이 아프게 이를 물었다. 귓속을 더듬는 혀와 타액이 내는 마찰음에 기분이 고조되어서 온 신경이 몰렸다. 고지가 바로 앞이었다. 조금만 더 뒤를 만져주면 그대로 갈수 있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녀석의 손길과 샤워기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차례로 멈췄다.
"침대가자, 형."
귀를 침범하는 은근한 목소리는 젖어있었다.
힘도 좋은 녀석은 나를 번쩍 들어 욕실을 나왔다. 나는 몸이 침대에 떨어지자마자 보인 눈앞의 광경에 당황했다. 들어 올 때 천장까지 보지 못해서 몰랐는데 약간 기울어진 거울이 붙어있었다. 그 안의 내가 알몸의 나를 보며 기겁하고 있었다. 위를 덮쳐오는 녀석의 긴 뒤태도 한눈에 들어와서 저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왜 그래, 형."
"저, 저..기."
"아~ 거울? 내 뒤태 맘에 들어? 형 얼굴 되게 빨게. 룸 고를 때 고민한 보람 있다."
쿡쿡거린 녀석이 가슴에 입을 맞추고 배를 더듬을 때도 질끈 감은 눈을 뜰 수 없었다.
"김종인, 너. 진짜, 아...읏."
뭐라고 짜증을 내려 했는데 뻣뻣해진 나의 페니스가 뜨겁고 축축한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감아오는 감각이 혀라는 걸 증명했다. 녀석은 예고 없이 뿌리 끝까지 삼키고 두툼한 입술로 쭉쭉 빨다가 귀두 바로 밑을 둥글게 혀로 돌렸다.
"아, 아, 야, 그거 하, 하..앗! 하지..흐윽!"
얼마 안가 정액을 뿜으며 가버렸다. 숨을 몰아쉬는 쉬는 내 눈은 아직도 질끈 감겨 있었다.
"눈 떠."
녀석이 내 눈두덩이를 핥았다. 보나마나 정액을 삼켰겠지 싶어 미칠 것 같았다.
"눈 뜨라고."
턱이 부르르 떨렸다. 이걸 어떻게 거울로 보냐고 욕을 섞어 말했더니 녀석이 덥석 발목을 잡아 허리에 둘렀다.
"눈 안 뜨면 확 넣어버린다!"
"!!!!!"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 상상만 해도 아파서 반사적으로 떠졌다. 물론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라고 욕한 건 당연했다.
"어이구, 이뻐. 눈 뜨고 있어, 형. 알았지?"
말년 과장처럼 오구오구하며 뒤를 쑤시고 들어오는 게 처음엔 손가락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갈수록 움직임이랑 길이가 다르다. 벌떡이잖아!
"아, 아! 아흑! 김종인! 너 진짜!!"
"쉿~ "
"쉿은 개! 으으으! 아! 아프다고! 빼!"
"잠깐만, 다 왔어. 힘 풀어봐. 으..."
"으윽! 풀긴 뭘 풀어!"
주먹을 쥐고 등을 퍽퍽 때리는데 끄떡 없이 허리를 움직인다. 내 목덜미에 저음의 숨을 뭍이며 끈질기게 안으로 밖으로 천천히 몰아붙였다. 그러더니, 안되겠다며 허리를 두 손으로 집어 들었다.
"으아악! 야! 뭐야! 흐윽! 악!"
이어진 채로 상체를 들어 올리니 안으로 쑥 들어오는 느낌에 죽을 맛이었다. 그래서 두 손으로 녀석의 대가리를 따귀 치 듯 치는데도 막무가내로 자꾸 허리를 앞뒤로 움직여 오는 거다. 그 반동에 녀석에게 매달렸다. 구멍 좀 늘리고 하면 좀 좋아?
"으윽! 야! 내 구멍이 여자랑 같은 줄 알아?! 빼라고!!!"
"하아, 너무 조여서 못 빼겠어."
"이 개색기 진짜! 으하앗!"
한숨을 푹 쉬고는 크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내가 어떻게 하지 않으면 엿 같은 상황이 풀리지 않을 게 뻔하니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마음을 먹고 괄약근의 힘을 확 풀었다. 녀석의 것이 쑥 빠졌다가 방향을 바꿔 다시 치고 들어온다. 어떻게든 끝까지 하겠다 이거지.
"흐아앗, 형."
작정하고 허리 짓을 하자 흥분해서 어깨를 물어왔다. 내 걸 잡으려고 해서 하지 말라고 내쳤다. 그런 거 안 해도 느낄 거 다 느껴 라고 귀에 속삭여주었다. 그러자, 두 팔로 내 등과 허리를 꽉 안아왔다. 녀석이 목을 긁어 끙끙거렸다.
나는 김종인이 싫다. 이런 짓을 백만 번해도 싫을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만약 정말 백만 번을 부대낀다면 일말의 감정이 생기지 않을 자신은 없다. 솔직히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할 수 있냐고 물으면 내 대답은 듣지 못한다. 수도 없이 서로를 탐하고 키스를 주고받은 심장은 한 장소에 붙어있지만, 따로 뛰었다. 그런데 그 이외의 모두가 맞아 떨어지는 아이러니한 관계가 바로 우리었다.
******
"끄아~"
두 살 아이처럼 알몸으로 침대를 빠져나온 녀석이 긴팔을 쳐들었다. 상쾌해하는 놈과는 달리 아려오는 뒤 때문에 힘겹게 일어나 앉았다. 무려 새벽4시. 첫 삽입 뒤로 두 번은 더 했다. 머리도 허리도 지끈거렸다. 끊은 지 꽤 된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담배 있냐?"
마른세수를 하며 물었다.
"아니. 아까 사무실에서 일할 때 다 피웠는데. 사올까?"
"....나가자."
"왜? 풀장에 들어가지도 못 했잖아."
나는 얼른 욕실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가타부타 하기 전에 빠르게 옷을 입는 사이 녀석도 씻고 나와서 수트를 챙겨 입었다. 내 기분이 별로 인 걸 눈치 챘는지 더는 말이 없이 따라 나왔다. 차에 오르기 전에 재빨리 운전석에 엉덩이를 내렸다.
"나 집에 갈 거야. 알아서 가."
"아, 형. 이럴래?"
"어. 잘 들어가라."
나는 가차 없이 차를 몰았다. 속도를 내서 도착해 집 문을 열자마자 소파에 널브러졌다. 가방은 바닥에 굴렀고 안의 노트북이 어찌되든 신경 쓰이지 않았다. 피곤했다. 과다한 프로젝트로 조금씩 썩어 가던 내 몸에 한계가 온 모양이었다. 고개를 돌렸더니 우두둑하고 적나라하게 위험을 알렸다. 집 소파에 몸을 올리고서야 안심이 된다. 아마 모텔을 넉넉한 시간으로 빌렸겠지만 한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
머리를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눈이 떠졌다. 폰의 알람이었다. 뻑뻑한 눈을 제대로 뜨니 아직은 옅은 햇볕이 창을 통해 들어왔다. 서서히 동이 터온다. 일 하러 가야지라고 중얼거리며 뺨을 몇 대 쳤다. 나 같은 셀러리맨이 사는 이유이자 장점은 잊을 수 있는 일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작업을 끊임없이 한다는 것. 그것의 의미는 나에게 크다. 앞뒤 가리지 않고 닥치는 풍파를 견디는 힘을 주는 단 하나의 위안이니까.
소파에서 일어나 블라인드를 올렸다. 특별한 생각 없이 걷어내는데 창밖에서 익숙한 남자를 봤다.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쟤가 저기 왜. 시멘트 바닥에 흐드러진 수없는 담배꽁초를 구둣발로 툭툭 건드리던 김종인이 고개를 들었다. 여느 때처럼 웃지 않고 나를 올려보는 모습이 낯설다. 단정하지 못한 머리카락을 넘기는 손이 녀석의 눈빛만큼 아파보였다. 너는 어째 16살의 나보다 더 미련한지. 소파에 떨어져있던 폰을 잡아 녀석의 번호를 꾹 눌렀다.
"뭐하냐."
#잘 잤어?#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여기와서 계속.#
"....들어 와."
녀석은 자신을 매몰차게 내치고 돌아 온 나를 부끄러워지게 만든다. 나를 알고, 이런 마음의 균열을 알고 비집고 들어온다. 그러나 녀석과 관계를 논하기에는 벽이 많고 미로는 복잡하다. 나는 머리를 흔들어 무거운 잡념을 날렸다. 현관은 열기만 하고 나가지 않았다. 녀석이 들어오는 사이 냉장고를 뒤적였다. 밥도 못 먹었는데 잠까지 못자서 위가 허하고 쓰렸다. 뭘 따로 요리하기는 그래서 어제 먹고 남긴 매운탕을 끓이려고 불에 올리는데 녀석이 안아왔다.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얼마나 피워 댔는지 담배냄새가 검은 피부까지 스며들었다. 그래서 몸부림 칠 수조차 없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난 어디까지 도망치고 넌 언제까지 따라올 건지. 녀석의 몸과 반비례 하는 나의 거리는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김종인에게 빠지기 싫다.
"밥이나 먹어, 임마."
fin
2014.6.14
키스데이에 구베와 꼬꼬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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