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4월 21, 2015

첫그대







 4월이 반이나 지났는데 비바람이 치더니 진눈깨비가 눈으로 변했다. 순식간에 기온이 뚝 떨어져 장 안에 넣어두었던 외투를 꺼내 입어야 할 정도였다. 이런 날은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서 운전 미숙자들이 빈번히 대리를 부른다. 친구에게서 소개받아 시작한 대리운전 알바. 낮에는 학교강의를 듣고 잠깐 쪽잠에 들었다가 밤이 되면 대리운전을 한다.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여러면으로 고충이 있는 알바였다. 요청한 손님의 전화번호가 뜨는 발신기가 있는데 유료로 회사에서 렌탈을 받아야 하고, 운전이 끝나면 차가 없으니 회사운행버스를 타야하는 시스템에 이래저래 돈 쓸 곳이 많은데 한 건당 이삼만원 정도의 사례를 받으니 오래는 못하겠구나 싶었다. 얘기를 들어보면 어떤 취객은 옛다 가져라 하고 수표 몇 장도 척 꺼내서 쥐어준다는데 운이 나쁜 건지 아직 그런 손님은 만나지 못했다. 술에 취해 차 안에 구토하는 손님이나 서로의 머리카락을 악랄하게 쥐어 뜯는 커플은 봤지만. 그럼에도 당장에 그만두지 못하는 건 한 손님 때문이었다.



그는 약간의 술냄새를 달고 정갈한 옷매무새와 선 고운 얼굴을 가지고 차에 오른다. 타면서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언제나 잊지않는다. 운전내내 딱히 말없이 노래를 흥얼이면서 폰을 만지작 거리는 데, 약간 고개 숙이거나 창 밖을 보는 모습을 백미러로 훔쳐보는 맛이 있다. 그는 불순물을 찾아볼수없는 새하얀 비단에 검디 검은 먹으로 정성들여 써놓은 글귀 같았다. 보기만 해도 무작정 동경하게 만드는 훌륭한 벨런스를 가졌다. 게다가 타인이 종인을 보고 어떻게 상상하든 실제의 저는 남들 다한다는 섹스도 못해 본, 알거 모르는 남자대학생이였다.
단언컨데 남자에게 눈이 가는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그에게 달려가는 마음은 달랐다. 처음이였다. 이렇게나 누군가를 의식하는 일 말이다. 초딩때 좋아하던 음악선생님이 시집 가신 후로 사람에게 관심을 둔 적이 없었는데. 가만히 보기만 해도 두근거리는게 아무리 곱씹어도 끌림이다. 다시 보게 되면 고백해야지 다짐하지만 이게 다 '그가 대리운전을 해달라고 회사에 전화를 해서 우연히 혹은 운명적으로 운전을 하게 된다면' 이라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그러던 어느날 개인번호로 전화가 왔다. 심하게 가라앉은 남자목소리였다.


 #김종인씨 되시나요? 대리운전 좀 부탁하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네? 아, 네. 위치가 어떻게 되시죠?"

 #압구정역 2번출구에요.#

 "15분이면 갑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다행이도 가까운 곳에 있어 돈들이기 보단 제 발로 가는 게 나을 듯했다. 스냅백을 고쳐 쓴 종인이 사람 가득한 거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씩씩 숨을 몰아쉬며 약속장소에 도착해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익숙한 흰색 아우디가 보였다. 혹시나 해서 가까이가 보니 그가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죽은 듯 움직이지 않고있었다. 톡톡 차창문을 두드리고 스냅백을 썼다 벗었다하며 인도에 뻘쭘하게 서 있는데 고개를 든 그가 종인을 보고 차에서 내린다.


 "안녕하세요. 대리 부르셨죠?"

 "네. 잘 부탁드립니다."


살짝 스친 시선에서 물기를 보았다. 놀랐지만 최대한 티 내지 않고 차키를 받아 운전석에 올라탔다. 안자마자 입고있던 검정 야상을 벗으며 백미러를 힐끔했다. 어둠이 섞인 오렌지색 필터가 그의 눈과 입술에 내려앉아 촉촉한 빛을 내는 걸 보는 마음은 자꾸 쿵쾅거린다. 뺨으로 흘러내린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고 쥐고있는 손가락 끝이 작게 떨리는 걸 보았다. 오늘밤의 그는 달랐다.


 "어디로 가면 되죠? 손님?"

 "집이요. 어...논현동 프린스톤타운으로 가주세요."

 "네."

 "아, 아니, 저기 죄송한데 돈은 드릴테니까 두 시간만 드라이브 해주실수있으세요?"
 "네? 아, 네. 손님."

 "감사합니다."


한숨에 섞여나온 감사의 인사 후, 힘없이 앉은 그의 옆모습이 말 붙이지 말라고 시위하고 있었다. 코맹맹이에 울먹이는 소리를 허락치 않고 듣게 될까봐 라디오를 작게 틀었다. 차가 흔들리지않게 조심히 달려 올림픽대로에 올라탔다. 그 뒤 노량대교로 진입할때까지 달리기만 했다. 운전대를 잡고 앞만보고 조용히 있던 종인이 백미러를 보았다. 보아하니 진정이 된 것 같아 뒷좌석 손님에게 말을 붙이려는데 그가 먼저 손수건으로 덮고있던 입술을 때어냈다.


 "잠깐만 세워주세요."

 "네? 여기 대교...네."


뭐라 말하려다 무작정 갓길에 차를 세웠다. 뒷자석에서 나온 남자가 앞으로 걸어와 조수석에 앉았다. 깜짝놀란 종인은 순간 흠칫했지만 이내 운전석에 올라탔다. 갓길에 차를 오래 세워둘수는 없었다. 안전벨트까지 채운 그가 출발하자고 했다. 차는 다시 달려나갔다. 이상했다. 운전석의 운전자가 얼마나 떨리는 지는 접어두고서라도 그가 옆에 올라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 안의 분위기가 한결 가져워졌다.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네. 무슨..."

 "제 개인전호를 어떻게 아시나 하고 궁금해서요."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제가 운전할때는 안그런데 누가 운전해주면 멀미가 심하거든
요. 근데운전사님이 운전하시면 멀미가 안나더라구요. 부탁해서 알아냈어요."

 "아, 그러셨구나..."

 "본의 아니게 개인번호까지 알게 되서 죄송해요. 이상태로 운전하면 사고날 거 같아서 불안해서..."

 "아닙니다. 괜찮아요. 그 번호로 필요하실때 불러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요, 어디 가는지 안물어보세요?"

 "그러게요. 신공항 톨게이트로 가려는 거 보니까 절 해외로 납치라도 하실 거 같은데요?"


표지판을 두러번거리던 그의 말에 종인은 바람빠진 웃음을 흘렸다.


 "에이~ 남자사람 납치해서 뭐해요. 여자를 납치해야 돈이 되죠."

 ".....네. 그렇죠...."


웃자고 한소리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어보인 얼굴이 굳어있어 당황했다. 뭘 잘못 말했나 급하게 뇌 속을 파헤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는거다. 그때 그가 숨을 들이 쉬었다.


 "기...분 나쁠지도 모르지만 그냥 넋두리라구 생각하고 들어주세요...후.. 새로 들어간 회사에
저를 따라다니던 남...자상사가 있었거든요. 몇 달전부터 사귀기 시작했는데 그게 사내에 소문이나서 너무 힘들었어요. 저는 어제 회사를 그만뒀고요, ...오늘 아까 그 사람을 만났는데 사내여직원이랑 잤다고 사귀겠다더라구요. 왠지 놀아난 거 같고 나만 당한 거 같아서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해서...여자라는 말만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서 죄송합니다."


어떤 사람은 화가나면 표출하고 또 다른사람은 꿀꺽 삼킨다. 아무리봐도 후자 쪽인 그가 얼마나 전전긍긍하고 속으로 앓는지 단번에 알수있었다. 졸지에 그 남자는 종인에게 둘도 없는 왠수이며 죽일 쌍놈이 되었다.


 "아니, 아니에요. 제가 조심하면 되죠. ....아, 배. 배 안고파요? 우리 갈 곳에 내가 잘 아는 조개구이집 있는데 거기 갈래요? 좋아하세요?"

 "네! 좋아해요. 가요."


누군가가 말했다. 과거는 말한다고 치유되는 게 아니라고. 많은 확률로 우리는 타인에게 과거를 쏟아내어 그들이 귀로 듣고 먹어 없애주길 바란다. 쓰레기통에 버리듯 고통스러운 과거를 버리고 싶어 떠들어대지만 절대 사라지지않고 낫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은 치유 할수있을 것처럼 말한다. 그것 밖에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그의 과거는 종인이 먹어치웠다.


영종대교를 지나 인천대교 톨게이트를 지날 때까지 둘은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그래도 느낌이 어색하지 않았다. 가로등의 불빛이 선을 그리며 연속적으로 스쳐갔다. 그저 눈이 그친 밤과 시멘트도로 그리고, 표지판 뿐인 탁트인 사방인데 뭘 말하지 않아도 다 채워주는 것만 같았다. 영화를 보면 되게 허전해보이던데 그건 무슨 효과기술인가 싶을 정도였다. 길고 긴 인천대교를 지날때 옆 창문이 열렸다. 손바닥으로 바람을 한껏 맞는 섬세한 손과 알수없는 노래를 흥얼이는 입술모양이 예뻤다.




 *****
]



배고프냐고 물어본 건 분명 종인이였는데 불판에 올려진 조개들을 보는 그의 눈에서 침이 떨어지고 있었다. 다 익은 조갯살을 입에 넣는 주위사람들을 응시하는 표정을 보며 종인이 피식웃었다. 장갑을 끼고 다 익은 작은 조개 몇 개를 그의 앞접시 올려주며 이름을 물었다.


 "아, 저는 도경수에요."

 "몇살인지 물어봐도 돼요?"

 "스물둘이요. 저보다 나이 많으시죠?"

 "어..아..전 스물하난데요."

 "그래요? 되게 성숙해보이셔서 저보다 나이 많은 줄 알았어요."

 "제가 형이라고 부를게요. 말 놓으셔도 되요, 형."

 "음,아, 그럴...까?"


깔끔하게 호적정리를 마치자 술이 필요했다. 처음엔 소주 두 병을 시키겠다고 경수가 이모를 불렀지만 종인이 말려서 한 병이 놓여졌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따라주고 따라받고 몇 번 반복하니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취기는 없어보였다. 그에 반해 피부색이 어두운 종인은 원래가 잘 안취할 뿐더러 밖으로 티도 잘 안나는 스타일이였다. 조개는 껍질만 남고 소주 한 병은 금방 동이 났다. 종인이 먼저 일어나 야상을 챙겨입었다.


 "가게?"

 "술 좀 깨야죠. 운전하려면."

 "나 더 마시고 싶은데."

 "나중에 해요. 여기 바다나 보러가요, 우리."

 "바다?"


네이비코트를 쥐고 계산대로 성큼 걸어가는 그의 뒤를 따랐다. 계산은 경수 저가 하려했는데 종인이 내버렸다. 조개구이집 문을 열기 전에 네이비코트를 양손으로 잡아준 그에게 어색하게 고맙다고 하고받아입었다. 뭔가 간질거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밖은 추웠다. 깃을 올려 세워 여미고 단추를 채우고는 도로를 가로지르는 종인의 팔을 잡았다.


 "같이 가."


바닷바람이 불고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날씨인데 내려보는 깊은 눈길은 따뜻했다. 성냥팔이소녀 라는 동화책의 마지막 컷이 떠올랐다.


 "춥죠, 형. 그냥 차로 갈래요?"

 "아니. 오랜만에 바다보고싶어."

 "추울텐데..."


중얼인 종인이 야상후드에 붙은 털을 때어 경수의 목에 둘러 코트 안으로 쏙 넣어주었다. 다정한 손길에 심장이 좀 두근했다. 잘 보이겠다고 보이는 매너에는 질려버린지 오래였기에 이 행동이 단련된 매너인지 진심인지 정도는 알고있었다. 누구를 사귄다면 이런 사람을 원했었다. 다정하고 자상하고 짜증은 내도 화내지 않고 단호해도 미워 할수없는 사람. 종인은 처음부터 편했다. 대리운전기사니까 운전만 하는데도 차 안의 공기가 어색하지 않았다. 말 한마디 나눈 적 없어도 그랬는데 말까지 하고나니까 그의 천성적인 우직함과 따스함이 몸에 스며들었다. 좋은 사람임이 틀림없었다.

미소지으며 모래사장을 밟는데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추운 걸 떠나 바람이 미친년이다. 바다는 보고싶고 눈은 못 뜨겠고 안되겠다 싶어 옆의 야상 안으로 두 팔을 쑤욱 넣어 길다란 몸에 밀착했다. 흠칫 놀라는 종인을 무시하고 열린 야상 안으로 들어온 경수 덕에 심장이 급하게 펌프질을 해댔다. 너 심장소리가 천둥소리 같다고 킥킥거리는 바람에 취기는 사라졌는데 얼굴이 벌게졌다. 아까 올때도 그러고 지금도 그렇고 왜이렇게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지 당황해서 몸이 얼어버렸다. 오갈데없는 두 손은 야상 주머니로 들어갔고 몸이 뜨거워져온다.


 "파도소리 진짜 좋다."


귀만 있으면 들리는 파도소리가 심장소리보다 더 크게 틀려야 정상인데 종인은 지금 비정상이다. 술냄새와 섞인 달콤한 체취에 정신을 못차리고 숨인지 한숨인지 모를 것이 끊어지듯 떨려왔다.


 "종인아."

 "네..에."

 "나랑 잘래?"


종인의 울대가 꿀꺽하고 상하로 움직였다. 침으로 입술을 축이고 뭐라 목소리를 내려는데 나오지가 않았다. 기회인 건가 싶다가도 정말 그래도 되나 싶고 어찌해야할지 알수없었다. 곧, 현실적 고민이 닥쳐왔다. 아무하고도 자본적 없는데 괜찮을까. 근데 어디서 하지? 아, 나 그거 없는데 편의점이...아니다 모텔가면 있으려나 등의 기초적 혼란에 사로잡힌 종인과 달리 경수는 침착했다. 애교없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몸을 섞자고 말한 남자의 고개가 위로 향했다. 담담했고 진심이었기 때문에 흔들리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형, 나 그 쪽 아닌데..."

 "알아. 그게 좋아."


다시말하면 그래서 더 소중하게 다뤄 줄 거 같다는 말이다. 무얼 어떻게하든 잔머리 쓰지않고 아껴줄 거 같다는 뜻이다. 경수 저가 오늘이 처음이라도 도망가지 않고 콧방귀 끼지 않을 사람이라는 확신이다. 저 보다 큰 손을 잡고 끌었다. 다른 곳 갈 거 있나 싶어 모텔 반대편의 주차장으로 걸었다.


 "형, 왜 차로 가?"

 "차 있는데 돈 쓸 필요없잖아."


종인의 야상 주머니에서 자기 차키를 빼서 뒷문을 열어 올라탔다. 탁 하고 차문이 닫히자마자 경수가 입술을 부딪쳐왔다. 옷이 사각이며 부딪치는 소리가 차 안에 크게 울렸다. 저돌적으로 입술을 별리려는 통통한 입술을 물릴수 없을 만큼 좋았다. 평소에 매일 상상해오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망설임없이 작고 둥근 어깨를 조금 밀어냈다.


 "...왜, 시..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나 지금 그 거 없어요.."

 "나 있어."


팔을 뻣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작은 공간에 있는 케이스의 뚜껑을 열어 콘돔을 꺼내 보여주었다.


 "형, 그거 맨날 차에 놓고 다녀요?"

 "아니!"


나름 격하게 부정하고 아차 싶었다. 저의 것이 아니라면 누구 것이냐 라는 질문이 나올 차례였다. 그런데 예상질문이 나오지 않고 콘돔을 손에서 뺏어가기만 했다. 그러더니 품에 안아버린다.


 "잠깐만 이러고 있으면 안돼요?"


넓은 가슴에 안긴 채 고개를 끄덕인 경수는 적막한 차 안에서 눈을 감았다. 날뛰는 심장소리가 들렸다. 침 넘어가는 꿀떡소리도 들리고 떨리는 한숨소리도 들렸다. 그것들은 사랑스러웠다.


 "나...그..처..음이라..잘..못할지도 몰라..요.."

 "처음?...설...마 여자랑도 자본 적 없어?"


눈을 부릎뜨고 고개를 쳐들어 긴장어린 눈을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이렇게까지 쑥맥 일 줄은 몰랐다. 경수도 몇 번 연애를 했지만 끝까지 갈 결심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아예 섹스를 해본적이 없다니. 인륜적으로 종인의 부모님께 미안해지는 기분인 거다. 그렇지만 오늘, 지금 당장 이 손과 품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니까 염치없지만 용서해주세요.


 "괜찮아."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말하고 입술을 포겠다. 마찰로 인해 생기는 소음 하나하나가 흥분촉진제 처럼 시신경을 건드린다. 야상과 코트가 좌석 밑으로 떨어졌다. 두 개의 입술 위에 침이 흥건해 밖에서 들어오는 불빛에 반짝인다. 몰아쉬는 숨들 중 하나는 심장이 떨어질 듯 쿵쾅거려서 였고 나머지 하나는 기대감에서 였다. 처음은 경수가 시작했지만 길을 가르쳐주자 센스좋게 잘 찾아들어가는 손이 희색 스웨터와 흰 컬러셔츠를 벗겨냈다.
첫 상대가 남자일 거라고 상상 해본적이 없었다. 그저 평범하게 만나 사귄 여자겠거니 짐작만 했었다. 어쩌다보니 남자의 맨살을 지분거리고 느끼고 있는 저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짝사랑 했던 손님. 생각치 못한 급전개에 태풍을 맞은 느낌이 들지만, 포근하고 매끄러운 살의 촉감과 성적 쾌락이 밀려 오는것을 거부 할수없었다. 너무 좋았다.


 "종인아, 팔 들어봐."


경수의 재촉에 두 팔을 번쩍 들어보였다. 긴팔 라운드셔츠가 쑥 벗겨지자 갈색빛 피부가 들어났다. 단단하고 지방덩이 따위 없는 상체에서 온기가 발산되었다. 뒤이어 데님을 벗겨내니 길다란 맨다리가 드러났다. 상상했던 것보다 훌륭한 신체비율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이곳 저곳 살피게 되었다. 첫 상대가 이 정도 몸에 얼굴이라면 만족 할만 수준을 넘어섰다. 즐거움에 입술이 하트를 그렸다.


 "형..."


톤 낮은 긴 팔이 희고 가는 팔을 저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깊은 눈매에 욕정이 가득차 두꺼운 윗 입술부터 빨아당겼다. 섹스는 해 본 적 없지만 키스는 해봤다. 상대를 참을수없게 만드는 키스는 잡아먹을 듯 하는 딥키스가 아니라 새의 깃털처럼 스쳐가는 키스라는 걸 본능으로 안다. 입술은 느긋해도 양손은 경수의 바지를 벗겨내느라 바빴다. 얼마안가 둘 다 복서브리프 만이 남았다.


작은 차는 아니지만 성인남자 둘이 자유롭게 움직이기에 아무래도 공간이 비좁았다. 팔과 다리가 의도하지 않게 스쳐 열이 피어오른다. 경수는 몸을 움직여 종인의 허리 위에 앉았다. 강인해 보이는 턱의 곳곳에 베이비키스를 하며 두꺼운 손가락들을 잡아 저의 브리프 안으로 넣었다. 그리고 작은 손도 반대편 브리프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보드라우면서 딱딱한 건 같은데 크기가 전혀 다르다. 조이스틱 잡듯 쥐고 위아래로 흔들흔들하다 엄지로 찔끔이는 액체를 쓸어내자, 종인도 따라 했다. 입술사이로 웃음이 흘렀다. 귀엽다.


 "하아...."

 "아..하....아.."


차 안은 숨소리와 몸 곳곳의 마찰 소리 뿐이였다. 그것들이 차 안을 울려 커다란 울림으로 귀에 박혔다. 스물한살, 스물두살. 새싹에서 성장한지 얼마 안 되는 나이. 피부결은 부드럽고 머릿결은 매끄러울 나이. 그래서 그런가 마음도 하얗게 푹신하고 비단 같은 둘. 맞춰 들어가는 입술이 어설프고 빨게진 얼굴에서 쑥쓰러움이 묻어서 더 어여쁜 숨이 점점 거칠어진다.


 "아, 혀..영..아!아!"


종인이 먼저 올랐다. 쏟아내는 비릿한 액체를 경수의 손에 쏟아냈다. 작게 내려온 어깨에 턱을 걸치고 단발의 숨을 여러번 내몰아내었다. 동작을 멈춘 손 안에는 아직 벌떡거리는 경수의 것이 들어있다.  몸 안에서는 간질거리며 사정하고 싶어서 죽겠지만 참고 기다렸다. 기다리는 사이에 아무것도 안했다는 말은 아니다. 근육이 잘 잡힌 등을 안고 허리를 만지고 브리프 안으로 젖지 않은 손을 넣어 탐스러운 엉덩이를 만지작거렸다. 데님이 걸처져도 숨기지 못하는 엉덩이라인에 처음부터 꽂혔다는 건 경수 만의 비밀이다. 통통한 입술에서 삐져나온 분홍 혀가 종인의 귓바퀴를 빨다 신음을 흘리며 한마디 속삭인다.


"..종인아..나..도..가고싶어.."


흠뻑젖은 한마디에 넓은 어깨가 흠칫했다.


 "아, 미안..형...후..."


달큰한 한숨을 쉬며 살짝 반성한 뒤, 늘어져있던 손으로 다시 그러잡았다. 저 보다 많이 작은 몸을 끌어안고 결좋은 목과 어깨에 입술을 찍다 순간 멈췄다.


"형, 키스마크 만들어도 돼?"

 "으응? 하핫."


놀란 눈을 한 경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아, 김종인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자꾸든다. 사랑스럽다.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왜... 왜 웃어."


왜 웃긴. 좋아서 그러지, 임마. 속으로만 말하고 눈 앞의 벌어진 입술에 키스했다. 오늘 몇시간 전에 전.남.친.에게 차인게 맞고 어제는 회사도 그만뒀는데 입술이 자꾸 하트를 그린다. 눈은 반달이 되고 행복하다. 효도르도 혀를 내두를만한 감정적인 회복력이였다. 이게 다 이 놈 덕이다 싶자 몸매좋고 외계인처럼 잘 생긴 이 남자가 예뻐 죽을 것 같았다.


 "너 내꺼해라, 종인아. 나 좋아해. 나 사랑해. 응?"

 "...어,어? 아...."


가타부타 말없이 종인이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뽀뽀를 쪽 했다. 밀려오는 행복감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금방이라도 쌀 거 같았다.


 "키스해줘. 더."


경수는 성욕이 가득 묻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고 입술을 내밀었다. 그때, 앞의 좌석 사이, 차 앞 유리 쪽에서 불빛 한줄기가 들어와 종인의 코에 그늘을 만들어냈다. 깜짝놀란 경수가 그 쪽으로 고개를 획 돌렸다. 자세히 보니 누군가가 이 쪽으로 걸어오는 것 같았다.


 "저...거 사람 같은데?"


말해놓고 자기가 놀란 종인은 말을 더듬으며 어떻게 하냐고 렉에 걸렸고 경수는 아까부터 떨어져있던 코드를 재빠르게 입고 야상을 건내주었다.


 "빨리입어!"

 "어,어,"

 "차키 어딨지?! 아, 내 코드!!"


입고있던 코트에서 차키를 찾아내어 빨리 운전자석에 앉아 오토시동 버튼을 눌렀다. 부릉하고 곧 차에 시동이 걸린다. 그 사이 뒷좌석의 종인은 저의 데님을 입고 앞 좌석으로 넘어와 앉았다. 역시나 사람이였다. 주차장 관리인 인게 분명했다. 손전등으로 안을 더 비추어 얼굴을 들키기 전에 경수의 아우디가 부리나케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속도를 내서 인천대교에 오르는데 옆에 앉은 김종인 남친이 자꾸 큭큭거렸다. 바이러스가 옮아 경수 저도 실실 웃어버렸다. 이게 뭐람. 하의탈의로 운전을 하다니. 살다살다 처음이다. 게다가 오른 손에 정액이 묻은 것도 생각치 못하고 핸들을 잡고 있었으니 이건 누가봐도 황당한 장면이다. 심지어 사정도 못해서 아리고 쓰라리단 말이다. 그런데 웃음만 났다. 그치만 말도 안되고 엄할 걸 해도 즐거울 때가 지금이니까. 둘은 서로 웃다가 눈을 마주치고 폭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하하하!!"

 "야, 김종인! 너 그만 웃, 하하..크흐흐흫!!"


경수의 차가 검은 대로를 시원하게 뚫고 나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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