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4월 21, 2015
무제 7.
요즘 차가웠던 밤바람사이에도 온기가 돌았다. 지옥 같던 가을 겨울이 가고 드디어 봄다운 봄을 맞이한 기분이 들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살며 체감온도는 항상 영도. 아무리 강단 있고 체력 좋은 저 일지라도 가끔 햇볕이 그리워지고는 했다. 몸 안에 뿌리내려 일 년 내내 앙상한 가지를 흔들어 서늘한 바람을 내보내는 추위는 근본부터 해결 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렇다고 네온사인과 어둠을 햇빛을 낮 삼아 사는데 한줄기 빛이 어디에 있을까 섣불리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SMP엔터 유 사장 연결 해봐."
가라앉은 목소리에 운전을 하던 백현이 기합이 들어 네하고는 귀에 꽂은 핸즈프리의 버튼을 눌렀다. 그와의 직통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의 하나인 종인의 전화는 날고 긴다는 유사장도 거부 할 수 없었나본지 통화 연결음 두 번 만에 본인이 받았다. 그의 목소리가 차 안의 스피커를 통해 흘렀다.
#네. 김이사님. 안녕하셨습니까.#
"준면형님 이번 년도 스케줄 부탁드립니다."
#아,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이 있어서 검토하고 직원 시켜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건 그럼 됐고. 찌라시 돌던데 미국 쪽에서 영화투자 건 있습니까."
#세개 정도 영화를 봐둔 게 있는데 세 개 다 영향력 있는 회사라서 경쟁이 치열합니다. 제가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저희 계열 영화사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좀 더 안전한 투자를 약속 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만...#
안전? 꼴 같지도 않은 소리였다. 똥 싸고 뒤 닦을 정도로 돈이 남아돌아도 SMP엔터가 만드는 영화나 드라마에는 투자할 생각이 없었다. 가져오는 시나리오도 연기자도 뭐하나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차라리 돈세탁을 해서 외국 영화사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두 세배 돌려 받는 게 났다. 헐리우드 인디영화사에 돈을 쥐어줘도 SMP에 맞기는 거 보단 안심될 거다. 제대로나 만들고 돈 내라고 설득하라며 칼을 들이대고 싶었지만 눈을 한번 꾹 감고 화제를 돌린다.
"거기 투자할 기업 많지 않습니까. 우리 같이 더러운 돈 끌어 쓴다고 소문나면 유사장님만 힘들어지십니다. 준면형님이나 잘 부탁합니다."
#아, 네. 이사님. 그럼요. 제가 잘 관리 해드리겠습니다.#
"끊어."
백현이 다시 한 번 버튼을 누르자 차 안이 조용해졌다. 뭔지 모를 살벌함에 잔망이 발동했다.
"형님. 저기보세요. 준면형님 광고 새로 찍으셨나 봐요. 아이고~! 혼자서 개존잘이시네~! 진짜 잘 생겼다!"
신호등에 가로막혀 세운 차 안 운전자의 고개는 고층빌딩 위의 전광판을 가리키고 있었다. 화장품 광고모델로 발탁이 되었는지 환하게 웃는 커다란 얼굴이 약간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게 느껴졌다. 연예인 김준면에게 한눈에 꽂힌 친누나가 죽고 못 살 길래 뒤로 힘써서 결혼시켜줬더니 3년이 넘은 지금 이혼이내 뭐내 가쉽에서 말이 많았다. 뒤로야 어디 조직 손녀랑 결혼했다고 소문이 날대로 나서 파파라치들이 붙는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쉽게 이혼이 될 거 같으면 붙여주지도 않았다.
계속 연예인질 해서 살고 싶으면 친누나 꽉 붙잡으라고 했더니 사람 천성이 너무 발라서 그러겠다했다. 꽤나 부당한 선택임에도 망설임 없는 걸 보면 연기에 대한 열정이 나름 있는 것도 같고.
"백현아. 흥이 한테서 연락 없냐?"
"아직이요. 알아서 잘 하시나봐요."
한 달 전 전화에서 대만 신생조직이 엘리트들을 내세워 몇 번 찔러 온다고 예흥이 흘리듯 말했는데 말이 몇 번 찌른다고 하는 거지, 알고 보니 회사에서 수입하는 제품을 해적질로 빼돌리거나 커넥팅 된 중소기업을 매수하고 있었고 마카오에 있는 양귀비농장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했다. 손실 구모로 따지면 어림잡아 300억이 넘는데, 농장을 테러 당한 게 손실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러다 형님 에게 손모가지 잘리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아, 형님. 김종대 선생님께서 전화하셨어요."
백현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백미러로 눈치를 보던 그는 수트자켓 안에서 담배케이스를 꺼내 한 개피를 물고 있는 형님을 보며 눈을 찡그렸다. 갯수로 오늘만 저게 벌써 두 갑째였다.
"왜."
담배연기를 뿜으며 종인이 물었다. 기세 좋게 쭈욱 뻣어 나간 연기가 끝에는 흩어졌다.
"제어가 힘드시다 고 한번 와달라고 하셨어요."
"....주말에 간다고 해."
"선생님께서 주말까지는 힘드실 거 같다고..자...해가 심하시다 고 하시더라구요."
"언제 시간 비지?"
"모레 점심쯤이나 되 야 될 거 같은데요."
"그래."
*****
오후12시에 일어나 1시에서 2시 정도에 아침을 먹는 이들이 말하는 점심은 초저녁 4시에서 6시 사이다. 원래 왠만 한 병원의 면회시간은 4시 이후로는 금지 되어있지만 경수가 입원 되어있는 곳은, 예를 들면 실버타운처럼 정신이상환자들의 모든 생활을 케어 하는 요양원이여서 아주 늦은 시간이 아니라면 개인면회가 가능했다.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루고 입원시켰다. 요즘처럼 사고로 막대한 적자가 날 때는 주위가 흉흉해서 경수를 위해서라도 격리 시키는 게 났다.
종인이 경수를 처음 본 건 형님 아버님이 입원하셨던 캐나다의 병원의 정신병동에서였다. 부모가 일찍 죽고 본의 아니게 해외입양을 가게 된 곳에서 버림받았다는 말만 간호사에게 주워들었었다. 그러나 훔쳐 본 경수는 전혀 불우한 과거를 지닐만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웃는 얼굴이 누구보다 예쁜 사람을 그 누가 싫어할까. 종인도 원했다. 어차피 소속이 없다면 내가 소유하겠다고 국적을 바꾸고 호적에 넣어 경수를 한국으로 대리고 왔다. 그 전에 담당의에게 충분한 경고는 들었다.
'지금까지의 치료경과를 말하자면, 도경수씨는 일찍부터 주변인들이 다수 죽는 상황으로 인해 불안정한 '인간상황'이 설계된 거죠. 부모님은 다섯 살 때 돌아가셨고 그를 봐주시던 한인수녀님도 암으로 돌아가시고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은 모두가 죽을 거라 했어요. 게다가 유아기 때 받아야 했던 애정을 타인에게서 느끼지 못하고 상당한 결핍이 보입니다. 그게 카섹시스장애로 나타나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집착의 윗 단계라 할 수 있죠. 어떤 대상에 보기 힘들 정도로 파고드는 겁니다. 그동안 심리적 치료가 주를 이루었었는데 문제는 그 대상이 나타났을 경우입니다. 대상에게서 받는 감정전이가 뜻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면 자해도 감행할겁니다. 일단 이 정도가 그의 현재상태입니다. 그에 대한 모든 치료기록과 차트는 여기 있습니다.'
세 개의 누런 서류봉투가 쌓여 두꺼운 책 한권의 두께를 만들어 낸 종이더미를 들고 둘은 캐나다를 떴다. 그게 6개월 전. 전문의의 견해가 어떻든 그를 자신의 집에 두기로 결정했다. 호적까지 바꾸고 한국으로 대려 왔는데 병원에 계속 둘 생각이었다면 애초부터 마음을 접었겠지. 애관 견은 남에게 오래 맏기는 게 아니다. 그러다 주인을 못 알아보기라도 한다면 낭패니까.
"그래서 격리시키신 겁니까?"
김종대전문의의 오피스에 들어가기 전 복도에서 마주친 둘은 경수의 이야기를 하며 격리병동으로 걸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경을 고쳐 썼다.
"들으셨겠지만 자해 행동이 보여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격리방문 앞에 멈춘 그는 뒤따라오던 남자간호사 둘에게 포박을 풀라 지시했다. 문의 작은 유리창으로 본 경수는 손과 발이 교차되어 강박 끈으로 묶여있고 재갈도 물려있었다. 눈이 뻘게져 남자간호사들이 포박을 풀려는 움직임에 크게 동요했다. 그러다 문 안으로 종인이 들어오는 걸 보고 표정이 싹 바뀐다. 입에 물린 재갈을 풀기 전에 손발이 먼저 풀리자마자 뛰어들었다. 물린 재갈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끅끅거리며 서럽게 울어댔다.
"잠시 대려가겠습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게 빨리 안정되는 길입니다."
김종대전문의의 지시에 간호사들이 외출가방을 꾸리기 시작했다. 방의 주인은 종인의 허리를 감싸 안고 떨어질 줄 몰랐다. 자나 깨나 보고 싶어 하던 사람의 손에 깍지를 끼고 나온 경수는 병원 문 밖에 서 있는 백현을 보고 눈을 찌푸렸다. 어지간히 맘에 들지 않는지 차 문을 열어주며 하는 인사를 받지 않고 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 백현도 크게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종인이 뒷좌석에 올라타자마자 차는 요양원을 빠져나왔다.
"종인아. 집에 가자."
큰 눈알이 빠질 것 같이 울고 남은 눈물을 수트에 비벼왔다. 이 경우 딱히 대답은 필요 없다. 뭐든 그가 원하는 대로 하게 된다. 백현은 눈치껏 집 쪽으로 차를 돌렸다.
집 안에 들어서기 전부터 종인은 전화 삼매경이었다. 불을 켤 손이 없어 스위치를 올리지 못하고 소파에 털썩 앉는다. 원래가 저녁부터 시작되는 게 이 바닥 일인데 집으로 다시 돌아왔으니 전화로 모든 지시를 하느라, 좀처럼 손에서 폰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담배를 물고 심각하게 대화하고 있는데 경수가 옆에 와서는 수트자켓을 벗겨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마카오 건을 교훈으로 삼아야죠.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네. 저도 대만으로 갈 예정입니다. 크리스형님께서 직접 지시하신 사항입니다. 상황보고는 다녀와서...하겠습니다."
귓바퀴를 자근자근 씹다가 귓볼을 쪽 빠는 혀가 움직이는 소리에 끙 하고 나오는 신음소리를 삼켰다. 앙증맞은 손으로 담배를 뺏어가더니 드레스셔츠 단추를 풀어내고 다른 손에 들려있던 폰도 뺐어간다. 끈적한 시선사이에도 미소가 해맑아 도저히 얼굴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이 미소에 반했다. 병원 복을 입었어도 초췌 해보이지 않고 얼굴에서 빛이 났었다. 맞아, 처음에는 그랬다. 시선을 느끼고 쳐다보는 두 눈에 경계가 가득했다. 종인 저 말고 다른 사람을 볼 때만 잘 웃었더랬다. 그런데 한국으로 대려온 후, 어느 날 빤히 쳐다보더니 그 뒤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몸을 부딪혀오고 안아 달라하고 키스하고 얼굴만 마주치면 스킨쉽 해오며 웃었다. 전문의가 말하길, 보호자라 인식하고 애정을 확인하려는 행동이라 했다. 뭐든 좋았다. 도경수는 어느 누구도 아닌 김종인 만 보면 된다.
"뽀뽀해줘. 바지도 벗겨줘, 빨리~"
분명 숙달된 애교가 아님이 분명한 콧소리인데도 귀엽다. 눈앞의 탱탱한 윗입술을 쪽 빨았다. 한번 그러고 나서 고개를 뒤로 빼려하자 목에 두 팔을 깊이 감고 몸을 붙여왔다. 경수의 입술이 벌어져 나온 분홍 혀가 담배향기 묻은 입술을 핥는다. 이 작은 몸짓은 사랑을 바라는 구걸이다.
"보고, 싶었어, 진짜."
키스 사이사이 잠깐 입술이 떨어질 때 경수가 속삭였다. 벗겨낸 바지를 거실바닥에 던진 종인은 타인의 살이 주는 부드러움에 이리저리 손가락을 놀린다.
"나, 이제 거기 들여보내지마, 응?"
양손으로 종인의 얼굴을 감싸고 애원하는 눈이 장화신은 고양이에 나온 그것이다. 더하면 더 했지 절대 덜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뭘 원하든 다 들어 줄 수 있어도 이것만큼은 안 된다. 직업이 직업이다. 내 편보다 원수가 더 많고 힘들 때 알아주는 사람 없으며 배신과 음모가 일상이다. 공갈 협박하려면 주변인을 잡아야 한다는 암묵적 룰이 있는 조직사회에 몸담은 저로써는 도저히 긍정적인 대답이 힘들다. 혹시라도 있을 유괴나 살인을 당하기 전에 숨겨두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한시가 멀다하고 급변하는 직업을 가진 남자의 최선이다. 종인은 대답하지 않고 경수의 긴팔셔츠를 벗겨냈다. 그때, 테이블에 올려 둔 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으려 손을 가져가는데 그걸 잡아 자기 허리에 둘러 감아버린다. 맨살을 만져달라는 애원을 물리 칠 수 없어 허리와 엉덩이를 지분가리는 사이, 부르르 떨어 소리 내어 울던 폰은 멋대로 꺼졌다. 어두운 거실 안 유리벽 밖 야경에서 스며든 불빛이 어른거리고 달아오른 숨과 작은 신음소리가 교차되어 정적을 가른다. 아까부터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입술은 마찰로 부풀어 올라 보이지 않아도 딸기와 같은 색이 입혀졌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온 몸에 새겨둔 빨간 키스마크가 다 없어 졌을 거 같았다. 그게 벌써 한 달 전이니까. 종인은 쇄골과 목 그리고, 가슴 곳곳에 이를 세웠다.
침대가자. 경수가 말했다. 그 말에 솔깃해 그대로 허리를 감싸 안고 안아 올리자 만족한 듯 웃는다. 솟아오른 광대를 쪽 빨아주었다. 침대에 올라 앞섶이 벌어져있던 드레스셔츠를 벗어던질 때, 바지의 버튼은 경수의 손가락이 풀어냈다. 열린 지퍼 사이로 아직 덜 익은 페니스를 속옷 안에서 꺼내 키스한다. 평소 같으면 느긋하게 지분거릴 일인데 몸이 달았나본지 벌써 물어버렸다. 입 안에 담고 혀를 놀려 자극을 준다. 그렇다고 절대 능숙한 펠라가 아니다. 무릎을 꿇고 자신의 중심을 열심히 애무하는 남자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고 눈을 감았다. 다행이도 좀 전의 심각했던 전화내용이 하나둘씩 머릿속에서 지워져 나간다.
"..종인아, 내꺼도 만져줘.."
연두색복서브리프 안으로 손을 잡아 가져대는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났다.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었다. 왜 웃냐고 웃지 말라고 진지하게 말하고 토라진 눈 때문에 다시 입가에 웃음이 걸리는 걸 종인도 어쩔 수 없었다. 만져달라고. 빨리. 수줍게 말하고 고개를 숙인 모습에 또 한 번 끙 하고 신음을 삼킨다.
"아...아, 흐..응.."
노래 부르는 목소리가 좋으면 신음소리도 듣기 좋다는 걸 경수를 통해 알았다. 노래선율처럼 흐르는 게 딱 배하나 띄워놓고 그 위에서 술 마시며 듣는 노래 가락 같았다. 소리에 취해 주는 자극을 받았더니 종인도 점점 달아오른다. 경수가 본격적으로 빨아대기 전에 몸을 뒤로 물렸다. 속옷부터 벗겨내고 뒤를 보게 한 다음 쪼그려 눕혔다. 적나라하게 보인 구멍 위에 손가락을 대고 문지르니까 꽉 조여 있던 괄약근이 점차 풀어지기 시작했다. 오일을 묻힌 손가락 여러 개를 쑤셔 넣고, 넣었다 뺐다 반복하니 작은 등 너머 침대시트에 막혀있던 입에서 달달한 신음이 흘렀다.
그게 새소리 같아서 만족할 만큼 듣다가 빳빳이 선 페니스를 찔러 넣는다.
"아앗! 아!"
연결된 채로 느리게 앞으로 몸을 숙여 작은 등을 감싸 안았다. 페니스 뿌리 끝까지 모두 들어가고 나니 소년 같은 몸을 덜덜 떤다. 힘 빼고 숨 쉬어야지. 귀에 대고 말해주자 꼬물거리던 손가락이 길 다란 손가락을 잡아왔다. 허리를 움직였다. 그랬더니 힘을 꽉 준다. 안되겠다 싶어 귀와 목, 뒷덜미의 산란한 점 위로 혀끝을 가져대고서 그대로 등줄기를 날름 거렸다. 그제 서야 길게 숨을 빼온다. 덕분에 박고 나서 미동도 못했던 그곳을 조금씩 움직였다. 아픔에 몸이 굳기 전에 내벽의 성감대를 찾아내야 해서 종인은 바쁘게 허리를 놀렸다. 체위 자체가 찾아내기 쉬울 자세였을 뿐만 아니라 종인의 손가락이 구멍과 음낭 사이를 마사지 하듯 눌러주니 경수의 페니스가 벌떡이면서 야한 신음과 함께 말간 액을 찔끔찔끔 내민다. 고양이처럼 그릉 하고 목을 울리는 게 정말 펫 같았다.
동작이 빠르다고 다 기분 좋은 건 아니다. 느리기 때문에 오는 은근하고 깊은 쾌감. 뱃속을 간지럽히고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결코 여유롭지 않아도 애 닳는 움직임. 이것들이 한꺼번에 닥쳐오는 기분은 아는 사람은 안다. 더 달라고 끙끙 이며 혀와 입술로 쥐고 있는 손가락을 빠는 경수가 귀여우면서도 야해보였다. 솟아오르는 정복욕에 안에 담겨있는 종인의 것이 커질 대로 커졌다.
"사,랑해, 종,인아...“
누가 저에게 사랑을 말한 적이 있던가. 부모에게서 내처지고 길을 떠돌아 엉망진창이 됐을 때 받아준 형님도 아낀다했지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 수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했다. 립스틱을 바른 빨간 입술이 사랑을 말하는 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인스턴트적인 아름다움이 뭐라고 떠들어봐야 돈 위에 올려 진 장미일 뿐. 매혹과 유혹은 질릴 만큼 받았다. 종인이 필요한 건 절대적 사랑이다.
대체 둘 중 누가 정신장애란 말인가. 한 명은 지극히 감추고 평범한 사람으로 무장하고 살고 남은 한명은 정신병이라 명명 받으며 온몸으로 표현하고 산다. 감추면 정상이고 발현하면 비정상이다. 누군지 모를 사람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신물이 난다.
"사랑,해... 흐앗!"
그래. 더 말해, 더. 나 밖에 없다고 온몸으로 울라는 말이다. 종인이 허리를 쭈욱 뺐다가 단번에 쳐들어갔다. 격렬해진 움직임에 경수의 숨이 빨라졌다. 그리고 곧 사정했다.
눈을 떠보니 새벽4시. 몸에 엉킨 하얀 팔과 다리에 묶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이가 없어서 짧게 피식 웃고는 침대 옆에 뒀던 담배 곽을 쥐었다. 속을 보니 한 개피 밖에 남지 않았다. 어제 채워져 있던 반갑은 섹스하면서 다 피워버렸다. 남은 담배를 입술사이에 끼우고 불을 붙였다. 한숨 쉬듯 길게 내뿜고 멍한 눈으로 방안을 둘러본다. 새벽이지만 요양원으로 전화를 해야 했다. 경수를 다시 입원시켜야 하니까. 종인 저는 내일 대만 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어깨에 얼굴을 묻고 쌕쌕 잘 자는 경수를 슬쩍 내려 보았다. 많이 피곤했었는지 통통한 입술이 벌어져있다. 그러고 보니 끝없이 매달려 다섯 번은 했었다. 그 와중에 몇 번을 쌌더라.... 양도 많았던 걸 보니 그동안 딸도 안쳤던 모양이었다. 귀여워서 자꾸 웃음이 났다. 담배를 쥔 손가락을 입 안에 슬쩍 넣었다. 어제 저의 페니스를 소중하게 빨던 혀와 가지런한 이가 작고 예뻤다.
어찌어찌 경수를 때어놓고 침대에서 나와 거실에 있던 폰을 들었다. 네. 형님. 하고 전화를 받은 백현의 뒤에서 퍽퍽 하는 타격 음이 들렸다.
"무슨 일이야."
#아, 안 그래도 전화 드리려고 했습니다. 형님. 세훈이가 플라맹고에서 일하는 여자애들 몇 명 빼돌려서 손 보고 있어요. 손등에 빵꾸 몇 개 내도 이 새끼가 자꾸 형님이랑 얘기하겠다고만 하고 입을 안 열어요.#
"지금 간다. 말 할 수 있을 정도로만 만들어놔."
#네. 형님.#
전화를 끊고 샤워를 했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지만 자신이 관리하는 지역에서 트러블이 나면 확실히 신경 쓰인다. 그게 세훈이라 더 그랬다. 드레스 룸에서 수트를 입고 시계를 차는데 뒤에서 경수가 허리를 안아왔다.
"어디가."
"일하러.“
"가지마."
"잠깐 갔다 올 거야."
"거짓말. 나 또 병원 보낼 거면서. 봤잖아. 나 묶이기 싫어. 가기 싫어."
"착하게 있으면 아무도 어떻게 안 해."
"....착하게 있으면 언제 올지 모르잖아. 저번에도 금방 온다고 하고서는 한 달이나 안 오고."
입술에 피가 나도록 이로 물고 울음을 참는 경수의 말이 눈물과 섞였다. 그래도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종인은 두 손으로 눈물만 닦아준다.
"금방 갈 거야."
가타부타 서론이 없어 더 믿지 못하겠는데, 그런데 사랑스러운 말. 금방 갈게. 금방 갈 거야. 백번은 넘게 속아본다.
"...진짜지."
"그래."
종인이 알몸의 경수에게 클로젯에 걸려있던 수트자켓을 꺼내 걸쳐주었다. 손을 잡고 드레스 룸에서 나와 침실로 대리고간다. 물 컵을 챙겨들고 침대 옆 작은 약통에서 알약 두 알을 꺼내들었다. 먹이기 전에 진하게 키스먼저 했다. 수트깃을 잡고 열정적으로 받아오는 입술을 억지로 때어내고 벌어진 입 안에 약을 넣었다.
"몇 일 있다 대리러 갈게."
짖은 두 눈을 주시하며 물 컵의 물과 약을 꿀떡 삼킨 경수가 종인의 목을 안아왔다.
"이번엔 약속 지켜."
"그래. 그럴게."
몇 십 분을 그렇게 있다, 사랑해. 귀에 속삭인 말을 끝으로 침대로 풀썩 쓰러졌다.
"좋은 꿈 꿔."
경수는 종인의 미소를 보지 못하고 쏟아지는 졸음에 눈을 감아버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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